풀은 장기에 걸쳐 가변적인 형태와 매체로 확장되는 동시대 미술의 작업생산방식을 고려하여 프로덕션 과정에서 벌어지는 연구, 토론, 해외 레지던시 체류, 스크리닝, pdf 프리젠테이션, 글, 서적 발간, 온라인 대화 등 작업 소개 방식과 형태를 다양화 하고자 합니다.

풀은 자체적으로 주관하고 주최하는 인하우스 전시사업 외에 국내외 미술기관, 사회단체, 작가, 독립기획자, 학교 등과의 협업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공동기획 프로젝트, 해외 레지던시 진출, 왭을 통한 컨텐츠 공유, 연계사업 등 외부 진출, 연계사업을 다양하게 확장합니다.

CURRENT

 
○ 전시명: 사실, 시체가 냄새를 풍기는 것은 장점이다
○ 작가: 우한나, 이해민선, 조익정
○ 기획: 신지이
○ 그래픽디자인: 강경탁(a-g-k.kr)
○ 공간디자인: 김형준, 정덕현
○ 전시기간: 2019. 5. 2.(목) - 2019. 6. 2.(일)
○ 오프닝: 2019년 5월 2일 (목) 오후 6시
○ 장소: 아트 스페이스 풀
○ 관람시간: 11:00 ~ 18:00 매주 월요일 휴관
   * 주차가 불가하니 대중교통을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신지이(아트 스페이스 풀 큐레이터)
 
 
모든 시체에서 냄새가 나는 것은 아닙니다. 서서히 늙고 퇴화하던 몸이 가만한 유한성에 맡겨지는 것은 자명하겠지만, 냄새라는 화학감각을 유발하려면 적어도 몸은 죽음이 당도한 그곳에 한참 있어야 합니다. 냄새가 나지 않는 시체는 죽음 이후 즉시 화학 처리되어 생전의 모습이 최대한 보존된, 애도의 준비를 마친 시체입니다. 그렇게 그는 무사히 추모라는 무대에 오를 수 있겠지요. 그러나 냄새가 나는 시체는 다릅니다. 어떠한 이유로 잊힌, 발견되길 기다리는 존재입니다. 그의 기다림의 끝은 자주 냄새를 통해 이루어지고는 합니다. 그래서 사실, 시체가 냄새를 풍기는 것은 장점입니다.[1]
 
‘마지막’의 모습은, 특히 제 것은 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두려운 상상 속에 자주 등장합니다. 그 때문에 머릿속에 떠오른 ‘마지막’을 황급히 끊어내고 싶은 충동은 자연스러운 일이겠지요. 비극이나 재난의 상황을 목도했을 때 취하게 되는 여러 양가적인 태도들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불쾌한 정서와 상념은 그것으로 야기될 어떤 위험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거나 문제를 보다 잘 회피하게끔 작동합니다. 그래서 어떤 이는 일정한 거리를 두어 분리를 시도하기도 하며, 또 어떤 이는 상대적인 행복과 안정을 느낄 수도 있겠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그녀-그-그것에서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 내기도 하는데, 전시명은 불행이나 비극의 정서에 취하기보다 현실을 직시하는 어떤 이의 담담한 사고의 과정을 품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사실, 시체가 냄새를 풍기는 것은 장점입니다. 문장에 저와 제 주변에서 관철되고 있는 어떤 태도가 담겨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부정적인 정서에 빨려 들어가지 않도록 애쓰며, 그러면서도 대상을 타자화하지 않는, 아니 어쩌면 못하는. 비관론이나 염세주의라 이름을 붙일 수 있겠지만 그다지 정확한 이름은 아닐 것입니다. 냉소와 회의에 익숙하지만 쉽게 체념하지 않고, 대단히 개인주의적이지만 필요할 때는 연대합니다. 홀로 존립하기를 갈망하나 유대감이 주는 고양된 만족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부정당할 때는 더욱 강력히 제 존재를 규명하고자 발광하고요.
 
상황을 담담하게 직시하는 행위가 감정의 부정적 기능을 앞설(차단할) 수 있는지, 감정의 분석은 어떻게 가능하고 또 기능하는지, 동시대의 개인들은 어떠한 모습으로 감정을 뛰어넘어 보다 풍요롭게 놓일 수 있을지 고민하며 전시는 기획되었습니다. 전시장에는 극적인 상상력을 통해 동시대 개인들의 존재 방식을 은유한 조형물, 개인이 성장하기까지의 감정 양태를 다시금 바라보는 퍼포먼스 영상, 여러 감정적 상황에 맞서는 미시적 주체들을 조명한 회화 작품이 소개됩니다. 보는 이로 하여금 고상함 속에 안주하지 못하도록 눈을, 코를, 귀를 뒤흔들 것이라는 안내가 필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건조하지도 조신하지도 않게 펼쳐진 풍경은 현재에 관한 사유의 한 모양, 서로를 견디거나 지탱하고 있는 고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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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주의 문화에서 비정상의 범주를 규정하고 또 배척하는데 사용되는 여러 감정들이 있다. 특히 혐오, 불안, 경멸, 수치심과 같은 감정은 집단이 추구하는 가치를 배타적으로 유지하는 데 보다 효과적으로 기능한다. 조익정은 개인이 성장하기까지 겪게 되는 여러 정서적 갈등과 균열의 상황들을 극화한 퍼포먼스와 영상 작품을 소개해 왔다. 본 전시에서는 지난 2016년에 실행했던3 막의 퍼포먼스를 한 편의 영상으로 편집한 작품 <스폿>을 보여준다. 나무 구조물 위로 신체들이 구르고, 쳐내고, 당기고, 밀어내는 날것의 소리를 내며 누빈다. 놀이인지 싸움인지 모호한 행위들의 진동이 서서히 긴장을 구축하는 가운데, 무대는 중동의 사막으로 미끄러지듯 이동한다. 2 막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목소리이다. 선명하게 들리는 몇몇 문장에도 불구하고 중국어, 아랍어, 영어가 섞인 날카로운 외침은 언어의 탈언어적 시도로도 보인다. 작가의 모놀로그(monologue)로 채워진3 막은 <스폿>의 배경이 된 그날에 대해서 읊는다. 후미진 강변을 아지트로 삼은 10대 무리는 그들의 영역에 허락 없이 들어온 외부인(작가, 노인)을 집요하게 공격하고, 통제되지 않는 이들의 적개심은 또 다른 외부인 (사이렌)의 등장으로 방향을 바꾼다. “때때로, 모르는 개가 가까이에서 짖으면 오랫동안 입을 다물고 귀 기울여야 한다.”[2]작가의 관심은 청소년, 베두인과 같이 편입과 이탈 사이의 경계인들에 있다. 이들의 신체성이 재현하는 “날 것, 악랄함과 불화는 훈육과 통제와 적응의 반대편에서 현재의 개개인이 구성되기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는다.”[3]
 
우한나가 <Maniacs on Popples> 를 통해 보여주는 군상은 집단 바깥의 집단, 기괴한 무리이다. 신화 속 ‘미친 여자들’로 일컬어지는 마이나데스(Maenades)와 1980년대 미국 애니메이션 '포플스(Popples)'에서 영감을 받았다. 아동용 TV 시리즈나 신화의 이야기들은 드라마틱한 사건과 사고들을 통과해 결국에는 교훈적으로 끝나기 마련인데, 작가는 그 가운데서 특히나 행실이 나쁘고, 난잡하고, 괴상한, 한 마디로 '튀는' 특징들만 취하고 이들에게 무대를 제공한다. 전시장에는 매끈한 매듭이 수직의 물건들을 죄이고 반짝거리는 커튼은 접촉 충동을 자극한다. 퍽 요상하게 걸린 방울들과 폭신하고 비대한 손가락과 현기증 나는 무늬들이 정돈되지 않은 채 엉켜있는 풍경은, 그 정신없음으로 인해 하나의 덩어리로 읽는 것을 방해한다. '가시적인 소수집단(visible minority)'은 외형상 소수임이 뚜렷이 드러나는 집단을 가리키는데, 주로 서구에 사는 유색인종을 두고 하는 이야기지만, 그 특징은 떠올리자면 피부색 외에도 많다. 눈에 띄는 그 ‘다름’으로 그들을 개체가 아닌 덩어리(chunk) 로 치부할 때 몰이해가 일어난다. ‘괴상한’, ‘튀는’과 같은 수식어에 방점을 찍은 뒤 유려하게 펼쳐 놓은 우한나의 무대는 새로운 것을 보여주기보다 늘 있었던 것을 보여주고 함께 하자는 일종의 초대이다.
 
이해민선은 사뭇 대조적인 정서의 작품들을 소개한다. <사라지는>은 돼지사료 포대에 머리카락이 짧은 사람, 뚱뚱한 사람, 제모하지 않은 사람, 나이 든 사람, 멸종 위기의 새가 내달리는 모습을 그려 넣은 것이다. 포대의 안쪽에는 사료의 기름이 잔뜩 배어 있는데, 그 때문에 유성펜으로 그린 드로잉은 산화의 과정을 겪는다. 질료는 안착하지 못한 채 휘발되는 이들에 대한 술회라고 소리를 지르지만, 주름지고 기름에 절은 장막을 ‘뚫고’ 달려 나오는 여성들을 보고자 하는 욕망은 그리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2008년 여름부터 2018년 가을까지 진행한 <인간>은 모기의 피를 짜내어 그린 것이다. 작업실 동료의 피, 여름날 작가의 팔뚝에서 뽑힌 피를 재빨리 종이에 문질렀더니 어느새 주름 깊은 얼굴의 형태가 갖춰졌다. 모기가 손바닥에서 푹 터져 선홍빛 잔해로 맺혀 있는 것을 보면 감염이나 질병 따위를 걱정할 법도 한데, 그 과정을 침착하게 적은 노트와 무수히 비벼댄 결과물에서 발견되는 것은 목표에 명중하고자 했던 사수들의 날렵함과 조급함뿐이다. 그것을 11년간 해왔다는 사실에 스멀스멀 미소가 올라온다. <강풍>의 구호는 제목을 그대로 관통한다. 플래카드에 뻥 뚫린 구멍을 저항을 내려놓은 타협으로 볼 수도 있겠다. 그래서 문장은 무엇으로도 읽힐 가능성의 영역에 놓여 버렸지만, 여전히 우리로 하여금 읽도록 밀어붙이는 것은 '우리...이곳에...존재한다'는 듬성듬성한 실존에 대한 선언이다.
 


[1]크리스티나 페리 로시(Cristina Peri Rossi), 빛이 물고기에 미치는 영향, 『쓸모없는 노력의 박물관』,정승희 역, 작가정신, p.176
[2]영상 속 대사
[3]작가노트에서 발췌

FORTHCOM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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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ST

○ 전시명: 세월호 참사 5주기 추념전 《바다는 가라앉지 않는다》
○ 참여자
작가 : 고등어, 김서린, 김성희, 김정헌, 김지영, 김흥구x이승배, 노순택, 노원희, 믹스라이스, 박야일, 박예슬, 빈하용, 세월호를 생각하는 사진가들, 서평주, 성남훈, 송상희, 심흥아, 안경수, 안병덕, 안정윤, 양유연, 윤동천, 이민지, 이우성, 이의록, 이해민선, 일상의 실천, 장서영, 전명은, 전진경, 정덕현, 주용성, 주황, 최진욱, 치명타, 팽창콜로니, 함양아, 허란, 홍진훤, 흑표범 (이상 40인/팀)
강연 및 공연 : 권병준x김규항, 김연수x성기완, 김일란, 박보나, 백현진, 세월호 작가기록단 외, 이문영, 장현준, 진태원  (이상 9인/팀)
○ 기획 : 김현주(독립기획자), 안소현(아트 스페이스 풀 디렉터), 홍진훤(독립기획자, 사진작가)
○ 그래픽디자인: 일상의 실천
○ 공간디자인: 김연세, 김형준, 남상수, 새로움 아이, 아킨트
○ 사진: 박기덕
○ 주최 및 주관 : 4.16재단 (www.416foundation.org)
 
<서울>
○ 기간: 2019년 4월 9일(화)~2019년 4월 21일(일), 월요일 휴관
○ 개막: 2019년 4월 9일(화) 통의동 보안여관 B2
○ 장소: 공간:일리, 통의동 보안여관, HArt, 공간291, 아트 스페이스 풀
○ 관람시간: 12:00 ~18:00
*주차가 불가하니 대중교통을 이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전시기획팀
김현주, 안소현, 홍진훤
 
 
세월호 참사는 국가와 재난에 대한 우리의 생각뿐만 아니라 온 감각을 뒤흔들어 놓았습니다. 늘 보던 평범한 사물, 색깔, 사람, 사건들이 이전과 달리 보이기 시작했고, 촛불집회부터 정치적 약자들까지 주변을 보는 시선도 달라졌습니다. 우리가 바라만 보던 대상이 곧 우리 자신이라는 것을, 그것이 배 한 척이 아니라 바다 전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바다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바다가 되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5주기를 맞는 지금, 여전히 돌아오지 못한 이들과 규명되어야 할 진실과 아물지 못한 상처의 치유라는 크고 무거운 숙제들이 남아있지만, 이 전시는 그렇게 세월호가 뒤흔든 것들 중 가장 미세한 것부터 또렷하게 하려 했습니다. 망각을 공식화하고 애도의 마디를 서둘러 그어버려도, 우리의 어떤 세상도 세월호 이전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 전시에는 여느 추념전과는 조금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세월호를 전혀 언급하지 않거나 심지어 참사 이전에 만든 작품들도 전시됩니다. 거기에서조차 세월호가 역력할 때 우리가 왜 애도를 멈출 수 없는지, 혹은 애도만으로 멈출 수 없는지 묻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이름을 밖으로 말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워 했던 예술가들에게서 터져 나온 말들은 비록 외침이 아니어도 길게 멀리 갈 것입니다.
 
전시는 안산에서 먼저 시작하여 서울로 이어집니다. 안산문화예술의전당에서는 참사 이후 5년의 시간선을 따라 사건의 기록과 작품들이 뒤섞이고, 서울에서는 촛불집회의 중심지였던 종로구 일대의 공간들을 잇따라 방문하는 순례길 형식의 전시가 펼쳐집니다. 노란 길을 따라 세월호 참사 이후의 세계에 대한 강연과 공연들이 이어집니다.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바다는 가라앉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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