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2011 풀 퍼블릭 프로그램 ‘보통 살롱’은<굽이 사이Two waters>(아트 스페이스 풀, 2011.06.24-07.24)의 작가 산드라 유라 리와의 대화로 마련되었습니다. 한국어와 영어로 동시에 진행되는 본 프로그램에는 독립기획자이자 전문번역가인 권진이 모더레이터 겸 통역으로 참여합니다.
무엇이 인간 조건을 형성하는가. 이 물음들은 역사와 비역사적 시간들의 경계를 넘나들며 여러 형태로 생성되고 숙고되어 왔습니다. 조건이 풍경이라는 모습으로 인간에게 가시적인 모습을 드러낸다면, 오늘의 풍경에는 지역이라는 개별 맥락, 자본이라는 치명적 공유재(공유된 구조), 그리고 자연이라는 항상적 공통 근거가 자리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 물음표가 향하고 있는 지금의 굴절되고 치환된 풍경의 상처들, 그 결절점 위에서 우리를 구성하는 개개인은 개발에 찬성하거나 밀려나거나 저항하거나 망각합니다.
산드라 리의 이번 전시는 기억 공간(장소감)의 표면 위에 물결을 일으켜 이윽고 기성 감각에 파문(波紋)을 일으키는 작고 풍화된 돌멩이 하나와 같아 보입니다. 작가는 과학이나 여타 실용적 분야와는 다른 관점에서 정원을 탐구합니다. 그녀가 정원을 살펴보고 설치, 사진 등의 미술작업으로 구성한 과정 속에는 자생적 생활 형태의 친숙함과 지역 간, 개인 간에서 드러나는 상이함이 녹아 있습니다. 또한 유리, 돌, 나무, 플라스틱, 안료 등 물질들의 생경하나 낯설지 않은 조응은 마치 자연과 문화 사이의 비가시적이고 임시적인 공간을 관람자의 지각과 의식 속으로 이미지화하는 듯합니다
흔히 자연과 개발, 문명, 인공의 대립을 동양과 서양의 문화적 전통의 대비에서 찾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오리엔탈리즘적 회귀나 향수에 기반하지 않고, 문화적 매트릭스를 가능케 하는 ‘원초적 풍경’이라는 관점에서 산드라 리의 작업과 동아시아의 공간들을 연결한 비평가 이영욱의 글을 다시 들여다봐야 할 것입니다. 또한 이러한 논의들은 풍경을 둘러싼 맥락 가운데 암묵적으로 추정하고 동의했던 것은 무엇인지, 그 이면에 놓인 비가시적인 의식의 권력 구조와 그 구조가 다시 표상되는 풍경 기표는 무엇이고, 그렇다면 개별 풍경의 진실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작가가 뉴욕 브룩클린 보태닉 가든에서 발견한 케네스 헬판드의 ‘저항하는 정원들(Defiant Gardens)’ 개념을 떠올리게 하는 샤먼, 뉴욕, 서울의 현실 속 저항하는 정원들의 양상과, 자연을 맞부딪힌 개인의 심상과 행위들에 대한 일화들도 함께 나눠보며, 경계 위에서 우리의 존재를 구성하는 풍경은 무엇이고 그 안에 자리한 주체는 누구인가를 생각해봅니다.
2011 풀 퍼블릭 프로그램 <보통 살롱> #4 산드라 유라 리 : 물결과 산, 홍보 이미지 ⓒ 산드라 유라 리; 아트 스페이스 풀, 서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