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사이트를 띄우고 검색창에 등록금을 쳐 보았다. 연관 검색어로 노출되어지는 단어들 중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 있다. ‘등록금 싼 대학’, ‘등록금 순위’, ‘등록금 대출’, ‘등록금 미납’ 그리고 ‘등록금 안내면’과 ‘등록금 못 내면’……. 수년째 지속되어 온 등록금 갈등은 반값 등록금 공약과 학생들의 목소리가 모여 올해 최고조에 올랐다.
대학교 교정을 걷다보면 길게 드리워진 현수막과 게시판에 부착된 포스터들에서 심심찮게 눈에 띄는 단어가 있다. 바로 ‘스펙’이다. 스펙 쌓기란 취업(주로 대기업)에 필요한 자신의 이력들을 만드는 활동을 의미하지만 말처럼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다. 자신의 전공이나 희망 직장과는 관계없이 봉사활동, 자격증, 어학연수, 외국어 능력 등 그 항목은 헤아릴 수 없이 나열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대학생들은 서로 끊임없이 경쟁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학 등록금을 스스로 부담해야 하는 학생들에게 ‘스펙을 쌓을’ 시간적, 금전적 여유는 없다.
타조 작가는2010년도 그의 졸업 작품 ‘등록금 본전 뽑기’에서 이미 한차례 등록금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다. 이 작업은 제목과 마찬가지로 과도하게 높게 책정된 등록금이지만 그 용도는 불분명하다는 문제에서 시작되었다. 치솟기만 하는 등록금을 결국 부담할 수밖에 없다면 본전을 뽑아버리자는 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러나 영상에 보이는 그의 대안들은 다소 실효성이 떨어지고 불필요하게 에너지를 소비해 버리기도 한다. 과연 이 방법으로 본전을 뽑는 것이 의미가 있는 것일까, 본전을 뽑을 수 있기는 한 것일까. 대답은 앞으로 되돌아간다. 등록금의 책정에서부터 이미 그것은 폭력적인 오류였던 것은 아닐까. 요즈음은 고학생이라는 말을 듣기가 어렵다. 고학생이 없어서가 아니라 대학생의 다수가 등록금 부담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타조 작가의 과장된 실천은 고학생으로서 등록금의 본전을 찾는 그 당연한 요구가 얼마만큼 어렵고 복잡한 일인지를 보여준다.
그의 이번 작품 ‘사립대 쌍둥이 김모씨’는 이전 작품에서 조금 더 확장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2012년 올해 전국4년제 사립 대학교 1년 치 등록금의 평균은 737만원 이라고 한다.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최저시급 4580원의 1년 치 노동의 합과 엇비슷하게 맞아 떨어진다. 대학생이 스스로 등록금을 부담하기 위해서는 아르바이트 임금을 한 푼도 소비하지 않고 모은다고 가정했을 때에도 학교에서 공부를 하는 시간에 준하는 노동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은 마치 한 사람이 두 명분을 해내도록 요구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한다.
“내가 둘이라면”하고 흔히 떠올리는 상상에서 ‘사립대 쌍둥이 김모씨’가 탄생하였다. 작가는 대학생활 내내 벗어나지 못했던 아르바이트 경험을 바탕으로 학업과 등록금 마련의 딜레마를 극복할 허구적 대안을 제시한다. 영상작품의 시작은 한 경찰서 취조실에서 시작된다. 이미 쌍둥이 형제의 야심찬 계획의 결말은 실패였던 것이다. 형사 앞에서 끊임없이 심문 받는 두 김모씨. 작가는 서로 마주한 두 개 채널의 영상을 통해 갤러리 공간 전체를 아울러 연극적 상황을 연출한다. 취조하는 형사와 그에 답변하는 쌍둥이 김모씨의 사이에 놓이게 되는 관객은 마치 법정의 배심원이 된 것처럼 쌍둥이 형제의 죄질에 대해 숙고해 보게 된다. 세 인물의 대화 속에서 관객은 어떻게 쌍둥이가 한 사람의 명의로 서로의 역할을 분담하여 생활 해 왔고 그것을 숨기기 위해 사용한 구체적인 방법들이 무엇인지를 유추해 가는 방식으로 작품을 관람하게 된다.
타조 작가는 이번에도 대학생이 직면한 현실의 문제에 대해 그 특유의 극단적 해결방법을 제안한다. 그러나 이 극단적 해결방법이 성립 가능한 이 사회 또한 이미 상식범위를 벗어난 것은 아닐까? 두 쌍둥이 형제의 행위가 비상식적임에도 불구하고 설득력을 갖는 것은 ‘사립대 쌍둥이 김모씨’를 관람하는 우리도 공감하는 바가 있으며 그것을 바탕으로 그들의 범행 동기를 쉽게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땐 더 했어”라는 기성세대의 알맹이 없는 호통으로 폄하되고 등한시 되어버리는 현 20대 대학생의 고민들 - 취업의 목적, 스펙 쌓기의 가치, 등록금 책정의 타당성, 최저시급의 문제점 등 - 은 ‘사립대 쌍둥이 김모씨’ 사건을 통해 무게감을 갖는다.
《수퍼포지션-아트, 사랑, 돈, 거처에 대한 카운터 페스티벌》열 한번째 포지션페이퍼, 김현철, <사립대쌍둥이 김모씨>, 포스터 이미지, 2012, 디자인 김현철 ⓒ 김현철; 아트 스페이스 풀
김현철, 사립대 쌍둥이 김모씨 취조편, 2012, 2채널 영상, 가변크기, 촬영 김현철 ⓒ 김현철, 아트 스페이스 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