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환상세계」연작은 가상의 세계를 상정하고 그 세계를 구성하는 인물, 대상, 풍경, 사건, 상황들을 다양한 접근방식으로 그려나가는 작업이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미지에 대한 연상, 구상, 그리고 착상의 과정에 대해서도 조망하며, 이미지가 어떤 식으로 확장, 전개되는지를 모색한다. 어떤 가상-상상의 세계라는 대전제를 두고, 그 속에서 발생하는 작업의 진행과 전개를 좇는 과정 일체를 통한, 지속가능한 이미지제작의 틀을 목적한다. 그리고 이같은 일련의 과정을 통해 도출가능한 미적-예술적 단계를 추구, 탐구한다.
이러한 작업방식을 통해 생산되는 결과물들의 군집은 일종의 박물학(natural history)이라고도 할 수 있다. 미국의 다큐멘터리잡지 「내셔널지오그래픽」의 학술탐사, 취재 같은 행위가 계속해서 우주, 지구와 다양한 분야에 대한 면면들을 추가해나가는 것처럼, 가상의 이미지를 제작하는 과정은 곧 이미지의 범위를 계속 확장, 발굴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한남동의 복합문화공간 꿀&꿀풀의 연간프로젝트인 『수퍼포지션 : 아트, 사랑, 돈, 거처에 대한 카운터 페스티벌』을 통해 진행하는 전시(혹은 작은 프로젝트, 프로그램)는 그 이름을 ‘「천사-환상세계」연작;플랫폼’ [a&iw]series;platform이라고 명명하였는데, platform은 일종의 발표장이라는 의미를 지닌 단어로서 본 전시의 개념을 대변하는 용어이다. 작품들을 외부에 공개하고 작가 스스로 작품을 위한 공간을 구상, 조성하고, 전시에 관련된 전반적 부분에 대한 준비를 수행하고, 작업과 직접-간접적으로 연계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창구로서의 기능을 지닌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더불어 작품을 통하여 본인을 넘어 감상자-타자와의 직접적-간접적 만남과 교류를 기대한다.
「천사-환상세계」연작의 2010년부터 2012년까지의 드로잉들이 전시되며, 본인이 직접 제작한 포스터와 책갈피가 제공, 배치된다. 포스터의 앞면은 추상적 이미지와 작업에 대한 타이틀을 배치함으로써 타이포그래피적인 느낌에 근접할 수 있도록 하였다. 뒷면은 일본의 애니메이션의 표현방식을 차용한 기법으로 연작의 대상들을 표현하여 기존의 작품들의 표현과는 차이를 두었다. 몇몇 영화포스터(히치콕 감독의 「현기증」의 서구판 포스터, 전수일 감독의 「검은 땅의 소녀와」)에서 볼 수 있는, 영화의 구체적 영상과는 다른 종류의 이미지를 활용함으로써 영화에 대한 설명과 선전을 대체하는 방식을 차용하고자 하였다. 책갈피는 유럽의 그래픽디자인과 일본의 1900년대 초 중기의 선전물, 전단물의 디자인들이 구상의 모티브가 되었다.
포스터와 책갈피는 연작의 미적 양상의 범위를 넓히기 위해 고안된 일종의 이미지로서의 장식적 장치이다.
영화에 있어서 포스터와 예고편이나, 어떤 기업이나 서적, 행사에 대한 선전물들은 모두 원본이 되는 대상에 대한 매력과 흥미를 증가시키고, 그 대상의 미적 면면에 주목하게 만듦으로써 그 가치를 높이기 위한 것이다. 이는 원본-근간이 되는 대상-산물로 인해 발생하는 미적 분화이며 범주의 확대이다. 그리고 이는 그 대상의 생산물로서의 납득성을 높이는데 기여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의미에서, 연작을 보다 다채롭게 조성하기 위한 방침으로써 포스터와 책갈피라는 콘텐츠를 도입한 것이다. 또한 책갈피는 엽서에 비해 활용의 폭이 넓은 편이다. 독서량이 줄어들고 있는 형국일지라도, 책갈피는 책을 볼 때면 직접적으로 활용하는 인쇄물이며, 전단, 선전물로서는 독서를 하면서 책갈피에 인쇄된 이미지를 계속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용적이고 효과적이다.
애초 전시공간에 가구와 소품들을 배치하여 누군가의 방에 들어선 듯한 인상을 주려하였고, 그런 분위기에 작품들이 놓임으로써 작품과 작품너머의 공간, 가구, 소품들이 상호적으로 서로의 분위기를 연계-확장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확인해보고자 하였다. 작품에 부연할 수 있는 공간과 가구, 소품들이 작품을 감상, 이해하는데 있어 보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모색해보고 싶었다.
또한 감상자들이 전시공간에 앉거나 한가로이 머물면서 충분한 시간동안 작품을 볼 수 있기를 바랐기 때문에 소파, 의자들을 배치했다. 공간의 특성상 전시를 시작하는 12월에는 추위로 인해 이런 요소들이 충분히 작용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이탈리아의 인테리어잡지 「la mia casa」를 살펴보며 느낄 수 있었던 부분, 즉 개인의 취향과 개성이 반영되는 다양한 사물들이 어우러진 공간에 작품이 걸려있을 때의 작품에 대한 감상은 화이트큐브에서 그것과는 분명히 다른 지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고로, 상이한 공간에 전시되는 작품들에 대하여, 그 효과와 감상의 차이여부에 대한 작은 실험으로서의 유효성은 있다고 본다.
본인이 기존전시공간들을 방문하며 보완-추가가 필요하다고 여긴 요소들을, 꿀&꿀풀의 공간을 통해 고안하는 시도를 한 것이다.
해당공간에서의 전시는 사실 10월에 시작할 계획이었으나 변명에 불과할 다양한 사정과 계획상의 지체로 재차 미루어지다 결국 12월 7일로 일자를 확정하게 되었다. 전시를 위한 가구들은, 본인의 기존소장품이 아니고 전시를 위해 개별적으로 수집한 것이다. 가구를 수집하고, 전시를 위한 콘텐츠를 준비한 뒤 전시를 시작하는 과정이 일단의 절차였다. 이러한 절차를 수행하는 중 본래 계획했던 일자와 차후 정해진 일자 사이의 시간동안 많은 일들과 시행착오가 있었는데, 이러한 것들이 모두 이번 전시의 일부이자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본인으로서는 이번 전시를 통해 지금까지 진행해온 연작의 전반을 소추하고 객관화해보고자 한다.
《수퍼포지션-아트, 사랑, 돈, 거처에 대한 카운터 페스티벌》열세 번째 포지션페이퍼, 김동균, [천사-환상세계]연작;플랫폼, 포스터 이미지 뒷면, 2012, 디자인 김동균 ⓒ 김동균; 아트 스페이스 풀
김동균, [a&iw]series2a, 2010, 소포지에 펜, 62.5x29cm ⓒ 김동균; 아트 스페이스 풀
김동균, [a&iw]series2b, 2012, 소포지에 펜과 마커, 48.9x30.2cm ⓒ 김동균; 아트 스페이스 풀a
김동균, [a&iw]series2b, 2012, 크라프트지에 펜과 마커, 72x24.8cm ⓒ 김동균; 아트 스페이스 풀
김동균, [a&iw]series201, 2010-2012, 소포지에 펜, 105x58cm ⓒ 김동균; 아트 스페이스 풀
김동균, [a&iw]series203, 2012, 소포지에 펜과 마커, 48.9x30.2cm ⓒ 김동균; 아트 스페이스 풀
김동균, [a&iw]series204, 2012, 소포지에 펜과 마커, 48.9x30.2cm ⓒ 김동균; 아트 스페이스 풀
김동균, [a&iw]series219, 2012, 소포지에 펜과 마커, 48.9x30.2cm ⓒ 김동균; 아트 스페이스 풀
